• 최종편집 2024-09-06(금)
 

1인 동물병원으로 개원해 지금은 10여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동물병원으로 성장한 예은동물병원. 외과수술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려진 예은동물병원 권기범 원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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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원장

 

Q. 외과수술을 주력으로 하는 동물병원을 개원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실까요.

내과 성적이 매우 좋았고 보호자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내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턴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외과수술 보조를 하면서 말 그대로 가슴뛰는 경험을 했어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을 할까 좋아하는 것을 할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는걸 하기로 했습니다. 

개원 후 처음에는 평범한 수의사 한명인 동물병원으로 개원을 했지만 수술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점차 수술이 늘어나고, 수술이 늘어나다보니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외과 수술 주력병원이 됐습니다


 Q. 병원 인력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수의사 7분, 테크니션 13분이 상주하며 주1회 파트타임 근무하는 수의사가 2분 있어요.

저와 내과 및 특수동물 진료를 담당하는 98학번 김용안 원장이 있으며, 12년차 내과 수의사 김남희 선생님과 4년째 근무 중인 재활과 내과를 진료하고 계시는 백성기 선생님이 계셔요. 저희 병원에서 3년째 근무 중이신 민재연 선생님은 재활 환자를 맡고 계시며, 대학병원에서 일반 외과를 전공하신 후 2차 병원에서 근무를 하셨던 이누리 선생님, 국가 고시를 수석으로 졸업한 저희 병원 2년차 황은혜 선생님도 있습니다. 주1회 영상과 피부, 내과 전공의 선생님도 진료를 하고 있어요. 

수의사외 인력은 리셉과 처치실/수술실 테크니션이 13분 근무하고 있습니다.


Q. 개원가에서 대학병원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계십니다. 장비에 공을 들이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병원 홍보 문구에 치료 자체가 목적인 병원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보호자님께 청구하는 비용이 동일한데 매입비용이 더 고가인 티타늄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더나은 치료자체가 목적이면 사용하게 됩니다. 티타늄 장비는 스테인리스스틸 장비보다 사용해 보면 더나은 결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 입니다. 저희병원에 지혈하며 절개하는 보비라는 장비만 3개가 있는데요. 보다 최신/고가의 장비일수록 환자에게 열손상 없이 더욱 안정적인 지혈을 할수 있는걸 쉽게 알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신 장비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외과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제 카톡 프로필이 7년째 Diligence is the mother of good fortune 입니다. 수술이 너무 많아서 수술후 합병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다른 외과수의사보다 많은데요. 행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행운은 노력에서 나온다고 마취 교과서에 써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외과공부는 효율성/최적화와는 거리가 멀게 공부하고 있어요. 새로운 수술을 공부 한다고 하면 토비아스 같은 일반적인 외과 교과서를 보고 브링커, 브사바 등의 정형외과 교과서를 보고 피에르마티 접근법을 봅니다. 그리고 수술 관련 여러 논문을 찾아서 봅니다. 최근에 pgr 이라는 인공활차구 성형수술을 했는데요. 20시간 이상 공부했고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습니다. 최적화로 따지면 2시간 공부하고 수술해도 되겠지만 예수님이 저를 가엽게 여기고 행운을 주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수술하고 있어요.


Q. 수술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가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전에는 교과서와 논문에 있는 사진을 보고 수술에 적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수술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유료 플랫폼도 많이 늘어나 공부하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외과에 진심이라면 편하게 외과 강의보고 유튜브로 수술방법 보고 수술하려고 하는것보단 정형외과 교과서를 완독해 보세요. 저는 정형외과 교과서 완독후 합병증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기구 잡는법과 봉합하는 방법을 최신의 더나은 방법으로 하기 위해 수정하고 있습니다. 봉합시 하프히치를 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거기에 반하는 연구결과도 있고 현재 미국에서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요. 해봤더니 저는 좋더라구요.

수술 경험이 부족할 때 본인이 수술기구 잡는 것을 경험 많고 근거 기반으로 진료 수술하는 시니어가 봐주면서 수정해 주는게 가장 베스트이긴 합니다.


Q. 외과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17년 미국 southwest 학회의 외과 주제 중 하나가 ‘슬개골탈구수술은 more art than science’ 였어요. 대부분의 골절이나 일반외과 수술은 과학이고 환자 맞춤 시술로 계획을 세운대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반면 슬개골탈구 수술은 수술실에서 얼만큼 뼈를 옮길 것인지, 어떤 강도로, 어떤 방법으로 봉합을 할것인 지를 환자의 무릎 관절을 움직여보며 주관적으로 수술실에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환자로부터 실패를 배울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외과에서는 공부보다는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는 수술방에서 긴장에 압도 당하고 시야가 좁아지고 눈앞이 캄캄할 때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이 레퍼런스가 되어서 술자를 지켜준다고 믿고 있어요.

호주에서 열린 합병증 줄이는 방법 세미나에 참관한 적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술 후 합병증의 70%는 수술 전 잘못된 계획에서 생긴다’ 였습니다. 수술 전 계획은 술자가 그동안 공부한 레퍼런스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수술 경험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공부가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외과 분야는 마취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은동물병원만의 마취 시스템이 있을까요.

현재는 서울대 병원과 경북대 병원만 마취과 교수님이 계신데요. 그곳에서 하는 환자 맞춤마취를 보면 정말 놀라운 거 같아요. 하나씩 따라해 보았는데 수술후 합병증이 현저하게 줄었어요. 수술 후 구토 감염 등도 수술 중 혈압유지, 마취조절과 관련이 있구요. 그러다보니 지금은 대학병원과 완전히 동일한 프로토콜로 마취를 하고 있어요. 대학병원의 시스템을 따라하려면 훨씬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시간과 장비가 더 들어가지만 환자에게 유익함이 큽니다. 예를들면 저희가 십자인대 수술이 많아서 노령견 수술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22년 수술한 모든 환자들 중에서 수술 후 신부전으로 고생한 환자가 한명도 없어요. 최소한 수술이 1년에 700건 이상 되었는데 말이죠. 수술 중 혈압유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정성적으로 알려줄 수밖에 없는 외과 수술테크닉과 다르게 마취는 보다 정량적으로 대학병원의 시스템을 따라갈 수 있어요. 그래서 그냥 대학병원의 시스템을 하나도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10년전에도 호흡마취를 했지만 그때는 마취를 2~3%로 유지 했어요. 지금은 척추마취, 신경차단, 마약류 등을 사용하며 0.6% ~ 1%로 낮춰 정형외과 수술을 하고 있어요.

수술도 그렇지만 마취도 환자 맞춤마취가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수술방테크니션과 수의사들이 함께 모여서 오늘 어떻게 마취와 수술을 할지 회의를 하고 있어요.

만약 고도의 비만 환자라면 인공호흡장치의 압력을 환기량을 보며 더 늘리는 것을 미리 준비하거나 기관허탈증이 심하면 발관(튜브제거)전에 부토파놀 에이스프로마진을 미리 사용하거나 미리 코에 산소줄을 연결해요. 극단적으로 호흡

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발관 후 바로 NT tube (코에서 기도로 산소줄연결)를 삽입하고 있어요. 회의를 하면서 환자가 심장병이 있다면 오늘 어떤 약을 먹고 왔는지. 일반적인 마취와 다르게 사용하면 안 되는 약은 없는지, 오늘 혈압을 어떻게 유지 할건지 등을 서로 상의한 후에 리허설을 하고 수술에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회의 후 수술을 했더니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전한 마취를 할수 있게 되었어요.


Q. 재수술 환자도 이곳에서 시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케이스이며, 재수술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재수술을 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슬개골탈구/십자인대/골절 중에 하나 입니다.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왜 이런 합병증이 생겼는지 찾는 것입니다. 만약 슬개골탈구 수술 후 재발했다면 뼈 기형이 있는데 그것이 교정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재골절이 되었다면 그전에 골편간 작용하는 어떤힘을 교정하지 못한건지 생각해 봅니다.


Q. 예은동물병원을 개원을 하신지 10년이 넘으셨습니다. 초창기 환자와 지금 시술하는 환자의 변화를 느끼신다면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초기 환자는 주치의 개념이 강한 가정의학과 였습니다 접종하고 외이염 치료하고, 구토/설사 관리를 주로 했어요. 지금은 외과 그 중에서 정형외과만 진료하고 있어요.

장점은 스트레스가 오히려 현저하게 적어요. 정형외과 분야만 보다 보니 앞으로 이 환자에게 일어날 일들이 미리 예상되는 경우들이 많아요. 보호자분들도 같이 한 배를 탄 환자 앞에서 같은 편이 되어서 해결해 나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Q. 원장님은 강연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강연하시면서 어떤 질문을 많이 받으셨나요.

주로 수술팁에 대해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강의를 하면 할수록 이전보다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의 수준도 높아진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수술하면 계속 빈닷컴 같은 미국 수의사 유료 자문 사이트에서 수술에 대해 평가받고 그로인해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본인이 수술한 것에 관대하지 말고 크리티컬하게 평가 받으면 따갑고 고통스러워도 더나은 수술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혹시 이기사 보시는 수의사님들 중에서 같이 상의할 케이스 있으시면 (sdvm@naver.com) 으로 문의를 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수의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자의 비만에 대해서 ‘살빼셔야 되요’ 라고만 하는 소극적인 수의사 보다 하루 사료양/간식양을 직접 그람수로 알려 주고 2주에 한번 병원에 내원하게 해서 몸무게 측정, 사료양과 운동량을 조절하며 물리치료를 하는 적극적인 수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만의 경우 대부분 관절염을 가지고 있으니 그 부분을 병원에서 온찜질/ 마사지 / rom 운동 / 관절내 주사/ 재활치료 등을 해주시면 환자의 삶의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외과/재활 위주 병원이니 이런 고가의 장비들이 있지만 이런 장비가 없어도 침치료와 tens 치료 등은 공부하면 할수 있어요. 

그리고 sdma/upc/초음파 등의 정기검진만 하는게 아니라 환자 근육의 부족한 유연성, 촉진시 아파하는 근육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호자분께 매일 30초 하루 3회 ischemic compression 마사지 숙제를 주시고 그 부위 촉진시 통증반응(spasm 같은)이 줄어드는지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들은 직접 해보면 환자의 삶의질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책에서 ‘성공은 자기개발의 정도를 넘어설 수 없다’ 라는 글을 보았어요. 대부분은 수의사로서 잘나가고 돈도 많이 벌기를 원하지만, 자기개발의 정도를 넘어 설수 없을거 같아요.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5년 이상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요.

현재 저희 병원 진료매출의 상당부분을 관절내 주사가 차지하고 있어요. 공부를 통해 환자의 삶의질 향상을 추구하다 보니 얻게 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존경하는 다른 수의사분들도 환자들에게 더 해줄 것이 없는지 고민하고 공부하셔서 선생님의 소중한 환자들이 더 편해지고 그걸 바라보는 보호자님이 행복해지고 그로 인해 행복한 수의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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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탐방] 근거 기반으로 수술하는 ‘예은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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