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시장에 뛰어드는 한약사들
동물약국 개원 증가.. 한약 및 일반의약품 판매
동물약 시장에 뛰어드는 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미에 위치한 모 한약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약국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일반의약품과 동물의약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한약사다.
서울에 위치한 한약국은 "강아지 불량성 빈혈을 한약으로
개선한다"는 홍보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한약국에서는
반려견을 위한 원기회복용 한방영양제와 영양보조제, 피부 소독제 등 다양한 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약사들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약사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동물약국협회는 "동물용 구충제, 항생제, 심장사상충약, 백신
등등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동물용의약품에서 한약사는 약사가 아닌 무자격자이며, 동물의료 환경을 해치고
있는 불법판매자일 뿐이다"라며 "무자격자에
의한 동물용의약품 불법 취급을 정부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약사 동물약 범위
현재 약사법에 한약사의 동물용의약품을 조제 판매에 대한 규정이 나와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약사가 동물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은 약국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약사법에 “일반의약품은 약국개설자가 판매한다”라는 규정이 추가됐다. 약국개설은 약사와 한약사 모두 가능한 만큼 약국을 개설한 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판매도 가능하다는 것이 한약사들의
입장이다.
반면 약사회는 약사법에 따라 약사는 한약제제 포함해서 의약품을 다루는 업무를 맡고, 한약사는 한약제제 관련 업무를 다루도록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의 취급은 동물약국 개설자만 가능하다. 한약사들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동물약국을 개설해 동물용의약품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의약품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약사들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면허 범위 내에서 의약품(한약 및 한약제제)을 판매할 수 있으며, 처방에 따라 판매해야 하는 의약품은 약사 외에는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며 “한약사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조제 판매하는 경우 약사법을 위반하는 경우로 1년 이하의 징역 및 1천 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판매할 수 있지만 현재 한약제제로 허가 받은 동물용의약품이 없다.
한약이나 한약제제로 된 동물용의약품이 판매되지 않고 있음에도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약국 개설하는 한약사들
몇 년전까지 한약사들은 대부분 단독 개원보다는 약사가 개원한 약국에 고용되는 형태로 약국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사는 처방전을 가져온 환자의 약을 조제하고 한약사는 약사와 함께 근무하거나 야간에 단독으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했다. 약사에 비해 한약사의 페이가 저렴하고 한약 조제가 가능해 한약사를 고용하는 약사들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동물약에 관심을 돌리는 한약사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의약품 등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개원한 B한방동물약국은 동물용의약품만을 판매와
함께 한약 처방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 구충제와 외용제, 내복약,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이 구비돼 있다. 한약은 아토피 피부와 탈모, 안질환, 췌장염, 방관결석, 관절염
등의 다양한 처방이 가능하다. 환자에 따라 탈모와 췌장염, 관절염
등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한방약도 조제가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의 H동물약국도 한약사가 개원한 약국으로 일반의약품과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개와 고양이의 한약을 처방한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많은 반려인들이 찾고 있다.
한방동물전용약국 개설
최근에는 한약사들이 단독으로 동물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물약국은 약국 개설 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으며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한약사가 단독으로 동물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약사가 개설한 동물약국에서 한약제제용
동물의약품이 아닌, 일반 동물용의약품(화학제제 및 생물학적
제제 등)을 취급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 행위로 사료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한약사의 동물약국 개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동물약을 판매하려면 약사법 20조(제2항)에 의한 약국개설자로서 '동물용의약품 등 취급규칙 제3조'에 따라 동물약국 개설 등록이 가능하다"며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하고 시장∙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하면 판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약사가 일반 동물용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약국을 개설하면 가능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달랐지만 한약사의 동물약국 개원을 규제하는 법령은 마련돼 있지 않다.
동물용의약품을 규제하고 있는 동물용의약품 등 취급규칙 법령에도 동물약국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약국을 개원하고 있는 한약사의 개원에 관한 규정은 나와있지 않다.
한방 전용 동물약 판매
한약사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은 동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동물약국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진료 없이 약물만을 처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진료없이 약물만 투약할 경우 심각한 약물오남용과 약물 내성으로 인해 동물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특히 한약의 경우 오남용 할 경우 간장과 신장기능에 무리를 준다. 현재
한약사가 운영하는 동물약국에서는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개선시킬 수 있는 한약재를 처방하고 있다. 췌장염+눈물샘개선+면역력 등을 한번에 개선할 수 있도록 여러 한약재를 섞어
약물의 효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췌장염으로 인해 간수치가 상승하는 경우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간에 무리를 주는 한약은 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후에 한약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한약 조제시 환자 진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약사들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한약사들은 한방 원리에 따라 한약이나 생약이 들어가 있는 한약을 판매해야 하지만 현재 한약 성분만으로 허가
받은 동물용의약품이 없다.
그러다보니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주사제나 항생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약사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은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비전문가가 진료 없이 약을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물을 진료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동물에게 한약을 조제하고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한약사가 운영하는 동물약국에
대한 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