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8(화)
 

환자 수술에 필요한 무영등이나 환자감시기등 필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장소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급성 췌장염과 심장사상충이었다. 수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못해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수의사의 과실을 80%로 인정했다. 수술 전에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이 사망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의 F동물병원에서 항문 주위의 종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가 당일 오후에 내원해 구토를 계속한다고 하자 수의사가 영양제를 주사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구토가 지속되면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소변도 보지 못하자 병원에서는 삼출물 2CC를 배액하고 위장염을 치료했다. 다음날에도 환자는 동일 증상으로 찾아왔으나 병원에서는 이번에도 위장염 치료만 시행한 후 돌려보냈다.


그날 저녁에도 환자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보호자는 지역 내 다른 동물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 해당 병원에서는 수액처치와 종합혈청검사, 심장사상충검사를 실시하고 수액을 주입하는 한편 입원 치료를 했다. 그러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 치료를 시작했지만 환자는 다음날 사망하고 말았다. 대학병원에서는 급성신장부전과 함께 급성 췌장염, 심장사상충 감염을 진단했다. 


환자감시장치, 무영등 없는 수술실

환자가 사망하자 보호자는 F동물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수술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수술이 이뤄졌으며, 수술 후에도 처치를 잘못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반려인은 F동물병원이 수술 전 기본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과 설명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F동물병원의 수술실 장비 미비와 위생상태 불량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별도의 수술실 없이 위생 상태가 그리 좋지 아니한 진찰대에서 무영조명등이나 마취모니터링 장비 없이 이 사건 수술을 한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반려견의 사망 원인이 ‘급성신부전’인 것을 고려했다. 수술기구의 멸균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오염에 의한 패혈증의 위험이 있으나 해당 환자는 ‘급성신부전’으로 사망을 했기 때문에 위생관리상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수술시 마취제 또는 출혈 등으로 인한 저혈압 쇼크의 위험성에 대비하고 마취제 등에 의한 혈압감소로 신장기능 저하 및 뇨생성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마취모니터링이 없이 수술한 점에 대해서는 진료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본검사에서 심장사상충 감염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심폐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적정량을 초과해 럼푼을 투여하였고, 마취모니터링 없이 수술을 시행하는 등 결과적으로 반려견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해당 반려견이 12세의 노견이며, 종괴 수술이 3시간에 이르는 오랜 시간임을 감안하면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급성신부전’이 저혈압 쇼크, 혈압감소로 인한 신장기능의 저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망원인의 하나인 심장사상충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것도 F동물병원의 책임으로 봤다. 

수술 전 기본검사를 했으면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심폐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액처치 없이 수술진행

반면 F동물병원은 “수술 당시 반려견의 심폐기능은 정상적인 활동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며 “수술이 아닌 기저질환인 심장사상충으로 반려견이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수술 당시에도 반려견의 심장 상태가 나쁘지 않았으며, 수술 시 환자의 출혈양(0.5ml)이 적어 수액처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술전에 이미 심장사상

충에 감염이 됐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급성신부전은 혈액량감소성, 출혈성, 저혈압성 등에 의한 쇼크가 주원인인 경우가 많아 이 사건 수술 당시 이미 심장사상충에 의한 심폐기능의 이상과 결합하여 혈액량이 감소하여 급성신부전이 발병하기 시작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동물병원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취모니터링을 통해 수술 중 반려견의 심장과 신장기능을 체크하거나 

수액량과 뇨랑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술전 기본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심폐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 럼푼의 적정량을 초과해 투여했으며, 수술 중 수액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수술 후에도 급성신부전을 진단하지 않아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반려견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환자가 수술 이전에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으며, 그로 인한 심폐기능의 저하가 피고의 과실과 결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을 고려하면 모든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12년간 함께 한 반려견을 잃은 정신적 손해 배상에 대해서는 위자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해 수의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한 사건이 또 있다.

2008년 페키니즈 암컷 반려견이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이자 하초습열로 진단하고 육미지황 1주일분을 처방한 동물병원이 있었다. 반려인은 반려견의 체력이 떨어지고 혈뇨 증상이 멈추지 않아 다시 육미지황을 처방받은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이 전과 동일한 육미지황을 처방 받았다. 그러나 반려견의 혈뇨 증상이 지속되자 다른 동물병원을 찾아가 방광염 및 방광결석 진단을 받자 육미지황을 처방한 동물병원으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육미지황을 처방한 동물병원의 의료과실로 인해 반려인이 손해를 입었다고 봤지만 반려견의 나이와 건강상태, 치료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동물병원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다만 해당동물병원의 위증 책임을 물어 위자료 100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진은 의사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오진을 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진이 인정되더라도 오진과 환자의 상태 악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오진을 했지만 그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재판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법원에서는 오진과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손해배상액을 책정한다. 

의사가 오진을 했더라도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면 배상액이 없을 수도 있다.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재량에 속하는 행위로 인한 경우, 보통의 의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오진, 진료방법이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경우, 환자에게 무해한 경우 등은 의료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분쟁시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유리한 판결을 이끌 수 있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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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으로 인한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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