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시행 3개월… 이벤트 증가
온라인 공개는 감소, 외부 부착은 증가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시제가 시행된 지 4개월을 맞이하고 있다.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동물병원은 사전에 주요 진료항목의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이 부과되며, 그후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1차 30만원, 2차 60만원, 3차 9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직까지 동물병원이 공시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는 없다. 그러나 강원도와 경기도, 대전 등 전국 지자체에서 진료비 공시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서고 있는 만큼 동물병원에서도 수술 전 수가를 알려주는 등 공시제를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원내 및 외부 노출은 증가
공시제가 시행되면서 외부에 수가를 노출하는 동물병원도 많아졌다. 경기도에 개원하고 있는 동물병원 10곳 중 7곳은 대한수의사회에서 권고 받은 발급 양식에 맞춰 초진, 재진, 상담료, 입원료, 접종비, 판독료 등의 11개 항목에 대한 수가를 밖에서도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있었다.
병원들이 공개한 비용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초진과 재진료는 별도로 표시한 곳도 있었지만 통합해서 표시하는 곳도 있었으며, 상담료가 아예 없는 동물병원도 있었다. 미용 비용을 표기하고 있는 동물병원도 있었지만 수가를 공개한 동물병원들의 금액이나 진료 항목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에 수가를 공개한 동물병원은 1인 동물병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지역 내 다른 병원에 비해 낮은 수가는 아니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시제가 수가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려인들이 체감하는 동물병원의 수가도 공시제 이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부산의 A반려인은 “조그마한 고양이 검사를 하는데 부위별로 추가 비용이 들다보니 수가가 얼마가 써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며 “심장초음파와 SAA, ProBNP, CBC, 혈청화학검사 등의 검사비 용으로 62만원을 지급했다”며 동물병원 진료비 영수증을 공개했다. 병원에서 사전에 고지한 검사이외에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가 추가되면서 진료비 공개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노출은 감소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개가 의무화됐지만 온라인에 수가를 노출한 곳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전국의 동물병원 홈페이지와 블로그, 카페 등을 무작위로 50개 선정해 방문했으나 그 중 2곳만 진료 수가를 공개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필수 진료항목 전체가 아니라 혈액검사나 슬개골수술 등 일부 항목에 대한 수가 공개만 이뤄졌다.
올 해 초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진료비를 공개했던 강남의 C병원에서도 진료 항목에 대한 비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해당 병원측은 “온라인 공개는 의무가 아니라고 해서 잠깐 올렸다가 내렸다”라고 밝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동물 병원 내에 진료비 공개가 의무인 만큼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은 수가를 보고 찾는 이들이 많아 동물병원에서 부담을 느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프라인의 진료비 내역 공개는 보호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수가를 확인하기 어렵고 온라 인 가격 공격 공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시제로 인한 영향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온라인 가격 공개 대신 이벤트를 홍보하는 동물병원은 증가하고 있다.
SNS 이벤트는 증가
24시간 진료를 표방하는 B동물병원은 정가 70만원인 강아지 건강검진을 42만원의 이벤트 할인가를 적용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었다. 검사항목은 신체 검사와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19종), 암모니아 검사, 췌장염검사, 항체가검사, 안과검사 등이었다.
또 다른 C동물병원은 슬개골, 십자인대, 골절, 대퇴부, 어깨탈구 등 정형수술을 20% 할인하는 이 벤트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D동물병원은 200만원인 슬개골 수술을 한 달간 100만원에 수술한다 고 공지하고 있었다. 한번 가격을 공개하면 수가를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은 반면 이벤트는 일정 기간만 수가를 내릴 수 있어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대법원에서도 비급여 진료비 할인 및 이벤트와 관련해서는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판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벤트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할인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체 동물병원 수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타 동물병원과의 수가를 비교하며 할인을 유도하는 반려인도 있을 수 있다. 이벤트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시술의 기간을 명시하고 대상을 제한했다고 해도 지역 동물병원 수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동물병원에서 이뤄지는 이벤트성 광고의 대부분이 기간을 정해 할인하는 형태를 하고 있어 환자 유인 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벤트 광고 중 50%이상 진료비를 할인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이뤄지는 광고라도 과도한 수가 할인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병원의 이벤트 광고가 많아지면 전체 수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벤트 광고 또한 수가를 할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가격 공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올 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동물병원의 수가를 공개해 누리집에 발표한다는 점 이다. 지난 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에 진료현황 조사설계 관련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2023년 상반기에 전국 4,900여 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진료 항목별 진료비, 산출근거, 진료횟수 등에 대해조사를 실시한다”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시•도, 시•군•구)로 최저• 최고•평균•중간 비용 등을 분석한 후 반려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누리집 등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오프라인을 통해 진료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병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올 해 상반기 중 누리집에 지역별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공개되면 반려인들이 수가가 낮은 동물병원 을 찾아다니며 의료쇼핑을 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시제가 우려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