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동물보호법으로 맹견 소유주에 대한 의무가 강화되면서 '행동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 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및 이들의 잡종 개 등 5대 맹견 소유자는 정기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며, 미이수 시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5대 맹견 품종이 아닌 개도 개물림 사고를 일으킬 경우 자질을 평가해서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 맹견에 대한 규정과 반려동물 보호자에 대한 의무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동물행동 문제들에 대한 보호자와 수의사들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송파구 잠실에서 개원하고 있는 김광식(위드펫 동물병원) 원장은 15년 이상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토대로 행동의학 전문병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행동문제를 수정하고 성공 하려면 보호자의 적극적인 참여(최소한 3개월 이상)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게 가장 중요하”라는 김 원장은 “동물행동의학적 문제들의 대략 20% 정도가 신체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반드시 동물행동의학 전문수의사가 먼저 신체적인 문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료시에는 적절한 약물과 행동문제 수정방법을 계획하고 처방해야 한다.
김 원장은 “행동의학 전문병원은 수의사의 처방된 행동 수정 방법을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독트레이너(과학적인 학문에 기초한)의 적극적인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행동의학 전문병원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30여평 정도 규모에 진단 검사실이 설치했다. 행동 교육이 필요한 강아지와 보호자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김원장과 병원 스탭들은 이곳을 훈련소가 아닌 ‘강아지 사립 학교’라고 부르고 있다. 김 원장은 “행동문제를 수정하는 것은 훈련을 통해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동물행동의학을 전공한 독트레이너가 전문적인 교육과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이유다.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동물매개치유학과 겸임교수인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물행동의학을 강의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정신적 경제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다양한 영상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며 “비대면 수업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때 만든 자료는 일반 훈련사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심리학(아동/상담)과 동물행동학 등의 강의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광식 원장은 “독트레이너 양성 과정”도 계획 중에 있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 행동문제 해결에는 보호자를 설득하는 과정과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행동을 수정(관계 개선)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유능 한 독트레이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수의사가 직접 동물행동 의학 진료까지는 가능하지만, 행동수정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일반 진료를 포기하지 않으면 행동수정에 집중하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
다행히 자신의 꿈이었던 반려동물의 몸(신체)과 마음(정신)의 질병까지도 보살필 수 있는 동물병원, 이를 통해 보호자 가정의 행복과 쾌적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Wellness Total Care Animal Hospital 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부전공으로 동물행동학을 직접 배우고 그곳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던 독트레이너가 김 원장을 찾아 온 것이다.
김 원장은 “현재의 독트레이너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저희 병원에서 1개월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미국으로 유학 갔던 친구”라며 “10년 만에 찾아 왔는데 동물행동학과 심리학을 공부해 독트레이너가 돼 있었다”라고 밝혔다. 10년 전 김원장이 동물행동의학에 심취되어 있을 때였기에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원장과 함께 할 독트레이너는 미국 뉴욕대와 듀크대에서 부전공으로 동물 행동학을 직접 배우고, 그곳에서 짧지 않는 기간동안 활동한 인물이다. 그가 행동의학 동물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김원장은 2008년부터 한국동물병원협회에서 부회장겸 HAB 사업단장으로 7년 동안 활동했으며, 반려동물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반려견 예절 교육자 양성 과정을 만들었다.그의 교육에 참여했던 13명이 현재 반려견 예절교육 강사로, CAPP(Comp-anion Animal Partnership Program)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물과 함께 활동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으며, 고령자에겐 동물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지고 말도 많아지게 된다”는 김 원장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여주고, 학교 교실에서는 공중도덕과 질서 지키기 등을 아주 효율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다”며 반려동물 문화활동인 CAPP 활동을 강조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진행하는 보다 성숙된 반려 문화활동인 CAPP 활동 프로그램은동물매개활동, 동물매개교육, 동물매개치료 등이 있다.
수의계에서는 동물행동의학 선구자이자 전도사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김원장. 그는 총 10권의 번역서와 [개를 자식처럼 기르자]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미국 수의사이자 동물행동학자였던 故 소피아 잉 박사의 책(개와 고양이를 위한 최소한 보정기법)을 이미 오래전에 번역 했지만, 라이센스 계약 불발로 출간되지 못한 점이 몹시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수의사들과 일반인들에게 동물행동의학을 전파하고 있는 김원장. 그가 앞으로 어떤 동물행동의학을 전파할지 궁금해진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