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에서 시작되는 수의전문의
3가지 방안 제시, 경력 수의사 인정 여부 관건
수의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상급동물병원 기준 및 전문의제 도입을 위한 청사진이 나왔다.
서울대 서강문 교수팀은 대한수의사회로부터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연구용역을 수주 받아 그 결과를 발표했다.
동물병원 의료전달 체계
연구진은 동물병원의 진료전달 체계를 일반동물병원(1차), 상급종합동물병원(2차), 전문동물병원(3차)으로 구분하는 안을 제시했다. 인의 병원과 동일한 형태로 동물병원의 진료 체계를 구분해 적재 적소에 적정 동물 진료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1차 동물병원에서는 예방접종과 중성화, 간단한 외과수술 등을 진료하며, 2차 동물병원은 중증 외상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3차 동물병원은 특정 과목의 진료에 집중하는 방안이다. 인의 병원과 마찬가지로 필수 의료를 살리면서 동물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료 체계를 세분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상위 5% 동물병원을 기준으로 2차 동물병원의 시설과 인력, 진료 인력 등도 제시했다.
상위 10%는 수의사 8명이상, 입원장 23개이상, CT 소유, 하루평균 초진 10건, 재진 30건 이상, 진료과목 4개 이상(내과 외과 영상과 필수) 등이다.
상위 5%는 수의사 15명이상, 입원장 31개 이상, 진료실 6개 이상, CT와 MRI소유, 하루평균 초진 15, 재진 45건이상, 진료과목 5개 이상(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필수)으로 3개과 이상의 전문의 혹은 박사학위자가 있어야 한다. 2차 동물병원은 ‘동물의료센터’, ‘동물의료원’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서강문 교수팀은 상급종합병원은 동물병원인증위원회를 구성해 5년마다 재인증을 받도록 하는 안건도 제시했다.
3차 동물병원은 해당 과목의 전문자격을 갖춘 수의사와 전문장비를 80%이상 갖추고 전문 진료만을 담당한다. 안과동물병원, 이비인후과동물병원, 피부과동물병원 등이 3차 동물병원이다.
동물병원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각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 체계를 구축이 필수다. 1차 동물병원이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필수 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2차 진료병원으로 이동시에는 의료기관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등 의료기관간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반려동물 보호자가 1차 동물병원을 거치지 않고 2차 동물병원을 바로 올 수 없도록 수의사간의 협력이 강화되야 한다.
중증 고난도 진료에 집중해야 하는 2차 동물병원에 대한 지원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의과에서는 진료협력지원금을 통해 환자 회송을 보내는 의료기관과 회송 받는 진료협력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2차 진료병원에 대해서는 응급수술 수가, 24시간 진료 지원, 성과지원, 지역 가산 등의 다양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1, 2차 병원뿐만 아니라 전문병원도 의료 질 평가지원금(평균 4천만원 수준)의 지원을 하며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동물병원의 진료전달 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자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의제 시행
서강문 교수팀은 동물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수의전문의제 도입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의전문의 도입을 위해서는 전문과목 확립 인턴 및 레지던트 교육과정 수립 총괄조직(Korea Board of Veterinary Specialties) 구성할 것은 제안했다.
가장 먼저 도입되는 전문의는 인정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5개 과목(내과, 외과, 안과, 영상의학과, 피부과)이다. 이미 인정의 시험 자격 등에 대해 규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인력 등을 구성하고 있어 다른 과목에 비해 도입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문의 수련을 위해서는 인턴과정도 거치도록 했다. 인턴은 종합병원은 1년 이상, 일반병원에서 2년 이상 인턴 과정을 마쳐야 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전문의는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기존 수의사 인정
문제는 기존 수의사의 전문의 인정 여부다.
임상 수의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육과 연구 경력을 갖춘 수의사에게 전문의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거나 서류만으로 자격을 줄 수 있는지는 수의사에게 중요한 문제다.
연구진은 기존 수의사의 전문의 인정여부에 대해 3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7년 이상의 임상 경력 수의사는 서류로 전문의 자격을 주며, 3년 이상은 전문의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전문의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수의사의 임상 경력을 인정해 주는 안으로 경력 수의사에 대한 전문의 자격 취득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경력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물병원에서 7년 이상 임상 경력을 쌓은 모든 수의사에게 전문의 자격을 준다면 전문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2안은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한 수의사와 5년 이상 임상 경력이 있는 수의사에게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 기회를 주는 방안이다. 수련과정을 마친 수의사와 5년 이상 임상 경력을 동일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2안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3안은 기존 수의사의 경력 등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레지던트 과정 이수자에게만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것이다.
전문의 시험 자격 부여에 기존 학회 전문의는 인정하지 않는다. 학회 인정의도 전문의 자격을 갖추려면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헌재는 기존 수의사의 경력을 인정할 것을 권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 3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재 기존수련자 인정
기존 수의사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추후 법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치과계에서도 2008년 처음 전문의시험을 도입하며 기존 수련자에 대해서는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경력 치과의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교정치료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교정학회 인정의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외국에서 수련을 받은 치과의사도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