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8(화)
 

 의사는 약사법에 따라 동물병원에서 동물을 진료할 목적으로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동물 치료를 위해 수의사가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진료 행위이지만 보호자에게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동물을 치료한 이후 인체용의약품 처방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인체용 의약품 조제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처벌을 받는 수의사도 늘고 있다. 법원이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제 후 교부로 벌금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교부와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된 사건은 부산 A동물병원의 약사법 처벌에 관한 판례다.

부산의 A동물병원은 우루사정(100mg) 1, 삐꼼정 1, 신일실리마린정(35mg) 1, 레포틸정 1알을 1회분으로 제조해 29회차례에 걸쳐 보호자에게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약사 및 한의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며 수의사가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처벌했다.

동물병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물이 약사법 위반 처벌을 받는 만큼 논란이 일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강서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B수의사가 인체용의약품인 가라유니 점안액(5ml)1, 동물용의약품인 넥스가드스펙트라 1통을 52,000원에 판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인체용의약품을 판매한 것도 문제가 됐지만 동물을 진료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약물을 판매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B동물병원측은 노령견()의 경우 병원으로 데려오기 어려워 직접 진료 없이 판매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의사라 하더라도 진료나 검안없이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에 내원하기 힘든 노령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왕진을 필요로하는 상황일 뿐 진료없이 처방할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해당 재판부는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판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재판부는 "수의사라 하더라도 약사법에 정하는 동물용 의약품을 제외한 의약품은 사용만 가능할 뿐 판매할 수 없다" "인체용의약품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그 처방이나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체용의약품의 판매가 약사 및 한약사만이 가능한 것이다.

B동물병원 수의사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의사 치과의사 인체용의약품 판례

인체용의약품 조제와 관련해서 법원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의사와 치과의사에 대해서도 인체용의약품 조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의료법에 따라 의사와 치과의사는 입원환자 등 예외적인 사항에만 직접 조제가 가능하며 처방전만 발행할 수 있다.

전문인의약품 판매와 투약에 대해 의사에게 약사법 위반 처벌을 내린 판례도 많다.

20024명의 전문의는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약품도매상에게 전문의약품인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주문해 직접 조제 투약한 혐의로 15일간의 의사자격정지 처분을 받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2002구합3089)의약분업은 법에 명문의 예외조항이 없으므로 의사자신이 환자인 경우도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처방전 발행 없이 전문의약품을 조제·투약받은 대상이 일반인인지 그 의사 자신인지에 따라 제재처분의 정도가 달라져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의약분업에 의사와 치과의사의 직접 조제는 입원환자 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처방전 발행이 아닌 직접 투약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과의사가 자신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의약품 판매 사이트에서 전문의약품인 탈모약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의료법 위반 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이 이를 무죄로 판결했다.

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진찰하고 투약 치료하는 것이 의료행위이며, 치과의사가 탈모와 관련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각 면허를 받아 면허 이외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한 취지는 사람의 생명이나 일반 공중위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 스스로에 대한 무면허의료행위의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해 일반 공중 위생에 위험을 초래할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처벌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치과의사가 탈모치료제 완제품을 그대로 복용했을 뿐 조제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린 것은 치과의사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지위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입했으며, 전문의약품을 조제하지 않고 완제품으로 투약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일정 분량으로 나눠 약제를 조제하는 것은 약사와 한약사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판례다.

 

수의사 약물 판매 문제

문제는 재판부가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판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수의사의 동물 진료 행위는 동물병원 내에서도 이뤄지지만 질병에 적합한 약물을 처방하는 것도 진료의 연장이다. 진료 후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을 조제, 공여하는 것도 진료 행위의 연장이며, 처방하는 약물은 동물전문의약품 뿐만 아니라 인체용 의약품도 가능하다. 동물병원 내에서 진료나 수술 후에 약물로 환자의 상태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례에도 의사의 의료행위에 처방과 투약이 포함돼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법원(982481)에 따르면 소정의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이외에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라고 돼 있다. 환자를 진찰하는 것부터 처방과 투약까지 의료 행위라는 의미인 만큼 수의사가 진료 후에 인체용의약품을 처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처방전의 작성과 교부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가능하며, 한의사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인체용의약품 처방 규정이 없는 수의사가 동물에 대해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약물의 처방, 투약에 대한 규정은 나와 있지 않다.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사용부터 처방은 진료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재판부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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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사용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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